홍두희 원장 ㅣ 수원 센트럴요양병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까톡~“

아침에 출근하여 일을 시작하려는데 아내로부터 연락이 왔다. 두 줄이 나온 코로나 키트 사진과 함께. 머리가 하얘졌다. 드디어 올것이 왔구나. 
며칠 전부터 시름시름 아프던 작은아이가 급기야 열이 나고 혹시나 해서 한 자가진단 키트에서 양성이 나왔다. 아이는 PCR 검사를 받으러 갔고, 나는 서둘러 퇴근을 했다. 다음날 아침 아이의 확진 소식에 큰애와 아내도 PCR 검사를 했다. 주말에 일이 있어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한 나는 난감해졌다. 퇴근 이후 집안에서 마스크는 물론이고 페이스쉴드까지 쓰면서 방에 있었지만 불안감은 더 커졌다. 퇴근 직전 시행한 선제검사-요양병원 직원 및 간병인들은 일주일에 두 번씩 선제적으로 PCR 검사를 한다. 음성을 확인했으니 아직 감염은 아닌데, 이미 환자와 접촉은 한 상태였다. 이제와서 집을 나갈 수도 없었고, 사실 갈데도 없었다. 부모님 댁으로 가자니 내가 균을 옮기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다음날 아내와 큰애도 PCR에서 양성이 나왔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가족을 에워싸고 나에게도 손을 뻗치는 것 같았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다음날 PCR 검사를 받았지만 음성이었다. 그런데 기분 탓일까, 목이 칼칼하고 뭔가 몸살 기운이 느껴졌다. 그래서 다음날 다시 PCR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이의 확진일로부터 3일만이었다.

작은아이가 키트에서 두 줄이 확인된 이후 나는 고립되었다. 아니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방 안에서 나오지 않고, 딱히 할 일이 없다보니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았다. 사실 무엇을 할 수도 없었다. 업무상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것이 고작이었다. 가족간 대화는 문을 사이에 두고 하였다. 아이 둘이 39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는데, 역시 환자인 아내가 혼자서 아이를 돌보는 상황에서 무기력함을 느꼈다. 겨우 이틀밖에 안 지났는데, 나는 깊은 우울감을 느꼈다. 그 상황에서 확진이 되니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출근도 못하는거, 가족과 밥이라도 같이 먹으니 좋았다. 얘기도 하고, 무언가 함께 하는게 좋았다. 외롭다는 것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오미크론에 몸이 아픈 것과 외로움을 택하라면 차라리 아픈 것을 택할 것 같다. 

외롭다는 감정은 누구나 흔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외로움이 장기간 지속되고, 강도가 심할수록 우울증으로 진행될 수도 있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타인과의 교감이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특히 인지기능 유지에 외로움은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외로움과 치매의 연관성을 10년 동안 자료를 수집하여 발표하였는데, 일주일에 3일 이상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 치매 발병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따. 뇌 MRI 검사에서 뇌 부피가 더 줄어들고, 인지 테스트상에서도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는 것을 확인하였다. 물론 이는 관찰 연구이기 때문에 외로움이 치매의 요소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는 것은 지속적인 뇌 활동을 필요로 하고, 이는 치매를 막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이 허락하지 않으니 사회활동에 제약을 받고, 이는 다시 정신건강을 악화시켜 더 주변과의 교류가 뜸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를 해결하려면 외롭지 않게 생활하는 것이다. 

노년기에 남자가 필요한 것은 아내, 애들엄마, 배우자이고, 여자가 필요한 것은 돈, 건강, 친구라는 농담이 왠지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닌 것 같다. 사람은 늘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고,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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