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욱수의사 ㅣ 대수회 동물칼럼니스트
광주광역시 우치공원관리사업소

[자료제공. 대한수의사회]

▲ 사진 = 대한수의사회 최종욱 수의사 제공
▲ 사진 = 대한수의사회 최종욱 수의사 제공

기린의 동글동글한 똥부터 하마나 코끼리의 풀공 같은 똥까지 동물원에 있으면 그야말로 다종다양한 똥의 세계에 푹 빠져버린다. 그중에서 가장 더럽고 냄새나는 똥은 우리 사람 같은 똥을 싸는 원숭이들의 똥이다.

원숭이 우리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저절로 온몸을 킁킁거리게 되고 살짝 똥이 스치기라도 하면 바로 세탁실로 직행할 수밖에 없다. 반면 초식동물들의 똥은 별로 냄새도 없고 더럽다는 느낌도 덜하다. 동물들의 똥 모양은 동물 수 만큼이나 다양하다.

▲ 사진 = 대한수의사회 최종욱 수의사 제공
▲ 사진 = 대한수의사회 최종욱 수의사 제공

 

기린의 똥은 덩치와는 안 어울리게 염소 똥처럼 작고 동글동글하다. 말똥은 참 송편처럼 먹음직스럽고 예쁘게 생겼다. 웜뱃이란 호주의 유대 초식동물 의 똥은 심지어 메주처럼 사각형이다. 그래서 그런지 개들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이 말똥 맛보기를 좋아한다. 말들 역시도 배고프면 자기 똥을 거리낌 없이 먹어치운다.

사막에 사는 낙타는 소과이긴 하지만, 소같이 질펀한 똥을 싸는 게 아니라 말 같은 동글동글한 똥을 싼다. 아마 수분을 최대 한 아끼려고 똥 모양도 그리된 것 같다. 곰, 호랑이, 개, 원숭이 똥은 사람 똥과 형태가 거의 유사하다. 다만 호랑이나 표범, 뱀 같은 육식동물의 똥은 주로 닭고기를 통째로 먹기 때문에 닭 뼈 성분이 많이 섞여 있어 하루 정도 지나 마르면 그대로 부스 러진다. 새들 중 초식성의 닭 종류 새들은 녹색 빛이 나는 약간 무른 똥을 싸고 독수리 같은 맹금류들은 하얀 아이스크림 같은 물똥을 엉덩이를 들고 그야말로 둥지에서 먼 곳으로 날린다. 그 속에는 때론 미처 소화되지 않은 작은 동물의 뼈도 무수히 들어있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동물들은 똥을 잘 못 싸거나 설사를 한 다. 때론 방구나 설사를 해 버리는 게 병이 치료되는 중요한 과 정이 된다. 개를 키워 본 분들은 잘 알겠는데 개들의 질병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이 바로 피똥(쵸코렛 색깔) 설사다. 이것은 ‘파보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으로 스스로 회복되기 전에는 특 별한 치료 약이 없다. 동물병원에서는 개를 안정시키고 몸에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계속 혈관을 통해 물과 영양분을 공 급해 주는 것뿐이다. 그러다 3~4일 정도 잘 버티면 점차 회복되는데 그때 보는 제대로 모양을 갖춘 된똥은 누군가에겐 세상 에서 가장 반가운 똥이 될 수가 있다.

▲ 사진 = 대한수의사회 최종욱 수의사 제공
▲ 사진 = 대한수의사회 최종욱 수의사 제공

 

갓 태어난 새끼들의 똥은 대부분 어미가 항문을 자극하여 누게 하고 그걸 또 어미는 전부 먹는다. 이런 걸 보면 동물들이 똥에 대해서는 사람보다 훨씬 더 관대한 것처럼 보인다. 당나귀는 보이는 똥은 아무거나 주워 먹고, 스파니엘 종인 우리 개 역시 도 산책 나가면 곳곳에 널린 고양이나 야생동물들의 똥을 즐겨 주워 먹는다. 동물들은 상대방을 알아보기 위해서 코가 닿을 듯 말 듯하게 하여 그의 똥이나 오줌 냄새를 먼저 맡으려 든다. 그러나 반대로 고양이들은 자기 똥을 될 수 있으면 깔끔하게 안 보이게 묻으려 하고, 개들도 자기 똥을 될 수 있으면 개집하고 멀리 떨어진 곳에 누려 한다. 겨울잠을 자는 오소리나 너구 리도 똥이 마려울 땐 바깥에 나가서 공동 화장실에 누고 들어 와 다시 잔다. 다람쥐의 겨울 굴에는 화장실이 따로 있을 정도다. 동물들의 이런 행동을 보면 참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측면 도 있다.

젖소목장에서는 초음파가 발달한 요즘도 여전히 소의 항문 속에 손을 집어넣어 인공수정과 임신 여부를 감별하는 곳이 많은데 그때 보면 수정사나 수의사들의 성격이 조금 드러난다. 우선 직장 내에 고여 있는 똥을 모두 없애야 하는데, 얌전한 사람 은 똥을 조심스레 긁어내서 아래로 툭툭 떨어뜨리는데 비해 성질 급한 사람은 똥을 팍팍 파낸 후 거의 내팽개치듯이 아무데나 던져버린다. 어쩔 땐 옆에 사람에게 묻기도 하고 애꿎은 젖소들 머리에 한 덩이씩 얹히기도 한다.

▲ 사진 = 대한수의사회 최종욱 수의사 제공
▲ 사진 = 대한수의사회 최종욱 수의사 제공

 

동물의 세계에 가까이 가려면 아무튼 우선 그들의 똥과 친해져 야 한다. TV 속 수의사들은 하얀 가운 입고 참 깔끔하게 잘 나 오는데 나 같은 대동물, 야생동물 수의사들은 항상 똥 범벅 피 범벅 가끔 양수 범벅이 되어 산다. 그래서 일 끝나고 깔끔히 목 욕하지 않으면 함부로 외출도 못한다. 한번은 그 정도면 깨끗한 것 같아 대충 나갔다가 버스에서 사람들이 일시에 피해 버리는 경우도 있었고, 짜장면 집에서 손님을 모두다 내쫓는 민폐를 끼치기도 했다.

그래도 동물 똥과 수의사는 항상 함께 굴러가는 수레바퀴쯤 되어야 한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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