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로 기억 없으셔도 회진 때마다 항상 반가워하시던 김반장님
마음 아파도 병원 측을 배려해 주시던 환자의 보호자가 기억에 남아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년 365일 중 아무에게도 의미가 없는 날이 있을까? 어느 날은 누군가의 생일이겠지만 또 그 날 누군가는 저 세상으로 가는 것. 그것이 생로병사이고,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얼마 전 1년 넘게 입원해 있던 할아버지 한 분이 돌아가셨다. 욕창도 심하고, 피부 이식 부위가 회음부 쪽이어서 상처 관리도 어려웠던 분이었다. 

한번은 패혈증이 심해서 이전 수술한 대학병원에 다녀 오셨다. 그 때 가족들이 여러 가지로 지치고 힘들었는지 몇 달 후 폐렴이 생겨 치료가 잘 안되는 상황에서 대학병원으로 옮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하셨다. 그리고 약 2주 정도 치료받다 돌아가셨다. 이 환자분이 기억나는 이유는 환자분도 환자분이지만 아드님이 참 사람이 좋았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에 있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이 생긴다. 컨디션이 나빠지기도 하고, 없던 욕창이 생기기도 하고, 폐렴이나 요로감염이 생기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있기 어려운 컨디션에서 입원을 하게 되는 것이기에, 언제든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늘 주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돌아가신 환자분-우리는 언제부턴가 그 분을 김반장님이라고 불렀다. 본인이 예전에 내가 반장이었는데 하면서 옛날 얘기를 하신 적이 있어 그렇다-은 참 여러 일이 있었다. 수술 상처가 덧나고, 욕창이 악화되고, 패혈증이 생기고, 폐렴이 오고.... 그 때마다 아드님께 설명을 해야 하는 필자의 마음도 편하지 않았다.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야 하는 무게감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드님 역시 병원에서 전화가 오면 늘 긴장하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는 것을 전화기 너머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우리 병원의 사정을 이해 해주시고, 감사하다고 말씀하셨다. 한번은 간호사 실수로 주사 바늘 자리가 덧난 적이 있었는데, 주사 놓다 그런건데 어쩌겠냐고 하셔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과 고마운 마음에 어찌할 줄 몰랐던 적도 있었다. 

코로나로 대면 면회가 금지되고, 컨디션이 좋지 못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면회실로 이동조차 어려워 오랜 시간 동안 면회를 하지 못하였다.

상담을 위해 병원 방문시에 필자를 위해 꼭 커피를 준비해 오셨는데, 선물을 준비해 오시는 정성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워 사양하기를 몇 번, 언제나 내 손에는 면담 후 커피 상자가 놓여있었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 회진때 한 번이라도 더 김반장님 환자를 살피게 되었다. 또 한 환자분도 치매가 있어 기억력이 쇠하고 엉뚱한 말씀을 하시다가도 필자를 보고는 반갑게 맞이하여 주셨다. 

김반장님 페렴은 갑자기 발생하여 한 달 넘게 지속되었다. 아무래도 위기인 것 같아 아드님께 대학병원 진료를 몇 차례 권하였지만 원하지 않는다 하였다.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까 싶다. 우리 병원에서 최선을 다 했지만 마지막 결과는 이별이었다. 컨디션이 더 나빠지면서 급박하게 연락하는 일이 잦아졌고, 사망 고비를 몇 번 넘기다가 돌아가셨다. 그 때마다 오히려 필자를 위로해 주던 아드님의 따뜻한 음성이 생각난다. 

필지가 근무하지 않는 주말 저녁 김반장님은 하늘로 가셨고, 아드님은 내게 커피 한 상자를 선물로 두고 가셨다. 그 와중에 필자를 위한 커피 선물을 또 준비하시다니.... 

오늘은 김반장님 생각이 나서, 김반장님 아드님이 주고 가신 커피 한 잔을 마셔야겠다. 

김반장님, 천국에서도 항상 그렇게 웃으면서 행복하게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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